그 해 우리는

그 해 우리는

우리가 머물던 시간, 우리가 지나간 자리를 떠올리며. 

그 해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운동장 테이블과 벤치(2)
버스킹스팟 앞에 있는 계단

미래관과 상상관을 지나면, 저 멀리 자리 잡고 있는 운동장이 보인다.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에 가기 전,
학교에 조금 일찍 도착해 친구와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를 비추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자꾸만 볼을 간지럽힌다.

그저 날씨가 좋아서인지
이번 학기부터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이 해이해진 건지
괜히 강의실에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빙빙 돌고만 있다.

미래관 그라찌에 테이블과 의자(5)

미래관 지하 1층에는 아담한 카페 그라찌에가 숨어 있다.
다소 삭막해 보이는 미래관 지하에
혼자서만 색을 칠한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한창 음료를 만드는 중인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선명하다.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보면
아이스박스에서 한가득 퍼낸 얼음이 아메리카노와 닿아 갈라지기도 하고
무언가 치익 새는 소리는 우유 거품이 만들어지는 건지 휘핑크림이 올라가는 건지
카운터 너머를 기웃기웃 보게 된다.

그라찌에 외부 테이블과 벤치

오늘따라 날이 좋은 것 같아 초코 라떼를 들고 밖으로 나와 본다.
문을 열고 나오면, 커다란 파라솔이 널찍한 벤치 위를 막고 있다.
후덥지근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나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덜덜 떨리는 한겨울이 오면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평화롭게 즐기는 게 좋겠다.

상상관 계단식 벤치

상상관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저마다 색을 뽐내는 의자 덕분에 눈이 즐겁기만 하다.
나무로 만들어진 간이 테이블은
알록달록한 색깔들 사이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양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래 앉아서 이야기하기엔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잠시 앉거나 간단한 담소를 나누기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비는 시간에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힘들 때 친구들과 함께 잠시 쉬어간다든가,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린다든가.

이곳만이 가진 시각적인 즐거움과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시간 덕분에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기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뚜렷한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마음 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다.

연구관 상상파크(4)
연구관 상상파크(2)

미래관과 상상관, 창의관을 가로질러 도착한
연구관 안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파크.
다소 딱딱한 분위기의 강의실과 대조되는 편안한 분위기,
심심한 입을 달래줄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카페 덕분에
이곳은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바쁘게 과제를 하는 사람들 강의를 듣고 필기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사람들
모이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목적도 모여
해가 중천일 때는 자리를 찾느라 서성대기 바쁘다.

운동장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서
빈백에 몸을 기댄 학생들이 제각기 할 일을 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커피를 테이블 위에 두고 나른하게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거리던 상상파크는
저녁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빈자리가 많아진다.

연구관 상상파크 카페 오뜨

인테리어를 새로 한 카페 오뜨에서 빵을 굽기 시작했다.
고소한 빵 냄새가 상상파크 안에 퍼지면
학식을 먹고 온 나도 괜히 눈길이 가게 된다.
윙윙 돌아가는 커피 머신의 요란한 기계음 사이로
주문 번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 수업에서도 졸지 않기 위해
주문한 음료 한 잔을 손에 쥐고 발걸음을 재촉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