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에 녹아든 도시한옥

성북천에 녹아든 도시한옥

성북구 동소문동2가 도시한옥 단지를 거닐다 보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한옥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아름다움은 모습을 바꿔 성북천에 나타나기도 한다.

 

Wanderlust – Scott Buckley (No Copyright Music)
클릭해 음악을 재생하고 전시를 감상해주세요. 


 

  

우리는 매일 을 지나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고, 마트에 갑니다.

문을 열고 집을 나설 때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올 때의 나는

몇 시간, 작게는 몇 분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우리는 문을 지나 집을 떠나 있던 만큼의 시간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문은 매일 오가는 사람과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며 우리의 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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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를 담은 대문, 그리고 전통미

한옥의 대문
<사진 1> 성북구 동소문동2가 도시한옥 단지의 한 대문

성북구 동소문동2가 도시한옥 단지를 몇 번씩 찾아 거닐다 보니 집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랐던 것이 한옥의 창문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마주치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대상이지만, 같은 단지에 위치한 한옥이더라도 이를 이루는 자세한 요소는 집 주인의 삶처럼 모두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칠이 다 떨어졌지만 이를 손보지 않은 문부터 매일 닦기라도 하는 듯 대문 장식이 번쩍번쩍한 문까지 제각기 달랐습니다. 또 한옥의 문, 담벼락, 창살에 그려진 문양과 무늬들은 그 형태를 바꾸어 성북천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의 통로> 에서는 성북구 동소문동2가 도시한옥단지의 문과 창문,

그리고 성북천에서 마주친 옛스러운 아름다움이 담긴 것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한옥을 닮은 성북천의 수로 문

하수구 덮개
<사진 2> 성북천의 하수구 덮개

성북천을 거닐다보면 여러 번 마주치게 되는 이 하수구 덮개를 기억하시나요? 유심히 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 하수구 덮개는 한옥 대문의 모양새를 닮았습니다. 수로 문 가운데의 커다란 꽃 무늬는 대문 가운데의 큰 무늬를, 일렬로 놓인 작은 원들은 대문의 꽃 장식을 떠오르게 합니다.

 

눈을 사로잡는 대문들

도시한옥 단지에서 만난 여러 한옥의 대문들입니다. 성북천의 하수구 덮개처럼, 가운데 놓인 큰 장식을 중심으로 작은 꽃 모양 장식들이 일렬로 놓여 대문을 꾸며주고 있습니다. 도시한옥 단지에서 가장 많이 마주쳤던 대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반면,

가운데의 커다란 철제 장식이 아닌 다른 것이 시선을 빼앗아 가는 대문도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 7>의 대문은 해태 머리 모양의 문고리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해태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상상 속의 영물입니다. 해태가 물고 있는 둥그런 문 손잡이에는 집안의 행복을 바라며 부귀, 길상, 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신비한 힘을 가진 해태가 가정의 행복부귀영화를 물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는 듯 합니다.

도시한옥의 해태 모양 문고리
<사진 7> 도시한옥의 해태 모양 문고리

 


 

 

봄의 낭만이 담긴 대문

연한 분홍색 벽이 돋보이는 이 집은 대문 옆 우체통에 벚꽃 조화를 꽂아놓았습니다. 벚꽃, 보라색 꽃이 피어난 화분, 연한 분홍색 창틀과 벽이 어우러져 이 집은 언제나 일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떠나가는 을 붙잡아보려는 마음이 담겨있는 걸까요? 집 주인의 낭만이 느껴집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문

 

세월과 부딪혀 풍파를 온몸으로 맞은 대문들도 있습니다.  <사진 10>의 대문은 문에 입혀놓은 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낡고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대문 옆에 들어선 가로등이 문에 그림자를 드리워 위로해주는 듯 합니다.
<사진 11>의 대문은 대문 장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둥그런 장식이 반만 남아있습니다. 장식이 없는 반쪽의 자리에는 장식이 있던 흔적만이 남아 애초에 장식이 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문을 알 수는 없지만, 반만 남은 대문 장식은 우리를 상상하게 합니다.


  

 창, 그리고 울타리

 

도시한옥에서 마주쳤던 창문들은 대문보다도 그 생김새가 모두 달랐습니다. 완자살, 혹은 만자살이라고 하는 이 창살은 한자 만(卍)의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사각형의 네 모서리를 다른 사각형에 물려놓은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성북구 동소문동2가 도시한옥 단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창살입니다. 한자 만(卍)자 무늬는 길상과 만복이 모인다는 의미가 있어 최고의 을 의미합니다.

이 완자살과 비슷한 모양을 성북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북천을 따라 쭉 걸을 때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항상 옆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울타리입니다.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성북천 회색빛 울타리는 완자살과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어 한옥의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성북천 도보변의 울타리
<사진 15> 성북천 도보변의 울타리

흔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옛부터 부르는 이름이 있던 모양의 창살도 있었습니다. <사진 16>의 창살은 귀갑살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귀갑살은 창살의 살대를 거북이 등딱지의 모양으로 짜 놓은 창살을 말합니다. <사진 17> <사진 18>의 살 형태는 빗살으로 보입니다. 빗살은 창살의 살대를 45도, 135도로 교차하며 짠 창살입니다. 주로 사찰에서 많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일상에서도 쓰이곤 합니다.

 

 

"도시한옥의 문과 창문은 다가오는 세월을 맞이하고,

세월과 함께하며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그들의 흔적을 우리가 매일 거니는 성북천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성북천을 찾을 때마다

옛부터 전해져오는 도시한옥의 아름다움을 찾는 즐거움이 더해질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한옥의 곳곳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