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첫번째 이야기를 하게 된 저는 삼선5구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 주민입니다.
제가 첫번째 이야기를 하게 되어 떨리네요, 저는 삼선5구역에서 날 때부터 지금까지 50여년을 살았어요.
많은 추억이 쌓인 이 곳을 떠나간다는 게 참 마음이 아픕니다. 재개발 공고가 2019년 11월에 났고
많은 이웃들이 집을 비웠어요. 재개발이주가 끝나는 달인 3월, 저희 가족도 이사준비를 마쳤습니다.
친했던 이웃들이 하나둘씩 집을 떠나가는 걸 보면서 참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정든 이웃들의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있을 때까진 그대로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사라지게 될 줄 몰랐습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웃들의 대문을 하나씩 둘러봅니다.
파란 대문엔 귀여운 두 자매가, 초록대문엔 노부부가... 추억에 잠기다보니 몇 개의 대문을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장난스레 새겼던 낙서들도 이젠 추억으로 가슴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 낙서를 새긴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을까요.
지친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추억하러 이 곳에 왔을 때, 친구와 까르르 웃으며 적던 그 낙서가 없어 허전할까 걱정입니다.
삼선동의 자랑이었던 아름다운 벽화들의 모습.
벽화를 칠하러 미술가들이 왔을 때 쪼르르 모여 구경하던 이웃사람들이 모두 떠난 지금,
벽화도 쓸쓸해 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벽화가 없어진다는 게 너무도 아쉬워 제 눈에 꼭꼭 담았습니다.
저희 가족처럼 아직 떠나지 못한 다른 가족들이 또 있나봅니다.
정해진 2주일보다 더 늦게 떠난다는 집.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온 이별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나봅니다.
이 집은 이미 떠났군요. 그렇지만 남겨진 글에서 주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말이, 자신이 사는 곳이 마지막순간까지 깨끗했음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저희와 비슷하게 이사하는 집도 있군요. 부디 무사히 이사했기를 바랍니다.
이젠 정말 작별인사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삼선5구역이라 이름 붙여진 저의 터전에서 찍은 발자국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삼선5구역에 발자국을 찍은 수많은 사람들과 생명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들의 발자국을 계속 따라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