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 성곽마을의 시간에 따른 봄의 변화를 아이의 눈을 통해 동화같이 표현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지금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집은 성곽과 매우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문을 나서서 몇 발자국을 걸으면 온 시야를 다 뒤덮을 정도로 긴 성곽이 보여요.
마을에서 굉장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 잔뜩 기대한 아이의 눈에 성곽 너머로 커다란 나무들이 보이네요. 아직 이른 봄이라서 그런지, 나무에는 잎도 없고 꽃도 없습니다. 가지만 내놓고 있는 앙상한 나무를 보니 아이는 괜히 무서워집니다.
여기에도 앙상한 나무, 저기에도 앙상한 나무, 마을에 나무는 많지만 모두 벌거벗은 나무들 뿐이에요.
나무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대문 위에 커다란 화분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화분도 텅 비어있어요. 텅 빈 화분들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는 얼른 자리에서 도망칩니다.
골목골목을 지나니 길 위에 화분들이 늘어서 있어요. 그런데 이 화분에도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습니다. 아이는 많이 실망했어요. 풀도 없고, 꽃도 없고,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어. 재미없는 마을이야.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다음에는 할머니댁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